한 해를 매듭짓는 시간,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

Hyekyung HwangHyekyung Hwang

회고 모임이 마치고, 잘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. 단톡방에 메시지가 하나 올라왔다.

이제 술 마실 수 있는 곳에서 만날까요?

나는 웃으며 읽었다. 다음이 기다려지는 모임이 생겼다는 사실이 반가웠다.


해보고 싶었던 시간

나는 한 해를 매듭짓고 새해를 잇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. 그래서 먼저 제안했다.
세 가족이 모였다. 초등학생 1학년, 2학년 아이 셋과 엄마 셋이었다.

MePlan 템플릿으로 2025년을 돌아보고 2026년을 계획했다.
오후 5시에 시작해 8시 반까지 진행했다. 중간에 쉬는 시간도 한 번 넣었다.

아이들이 템플릿을 쓰는 동안 엄마들도 각자 자기 템플릿을 작성했다.
아이들 취향이 달라 달달한 간식은 다양하게 3종류의 주스도 준비했다.

IMG_3015 3.jpeg

담담하게 꺼내놓을 수 있는 자리

올해는 쉽지 않았다.
나를 부정당하는 일을 겪었고, 그 일이 가장 힘들었다.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했다.

그 이야기를 이 자리에서 꺼냈다. 울컥하며 말한 부분도 있었고, 담담하게 넘긴 대목도 있었다.
이야기를 마치고 나서야 알았다. 아, 나는 내 감정을 돌보고 있었구나.

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건 이런 느낌이었다.


서로에게 생긴 것들

모임이 끝난 뒤에 나온 말들이다.

“강화에 와서 친구가 없어 아쉬웠는데,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.”
“함께한 사람들을 더 깊이 알게 돼서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.”
“힘든 일도 나눌 수 있어서 내 감정을 돌아볼 수 있었다.”

아이들은 충분히 놀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.
다음에는 아이들 놀 시간을 더 주고, 어른들은 술과 안주가 있는 자리로 옮길지도 모른다.


아이에 대해 더 깊게 알게 된 시간

아이가 ‘새로 배워보고 싶은 과목’에 무엇을 적었는지 슬쩍 봤다.
과학이었다.

수학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, 배우고 싶은 과목이 과학이라는 사실은 몰랐다.

IMG_3036.jpeg

같이 살면서도 모르는 게 많다.
어떻게 도와줄지 고민하고 있다. 거창한 계획은 아니다. 실험 영상을 함께 보거나 과학관에 가보는 일부터 생각한다.

IMG_3037.jpeg

다음을 기대하며

회고에 앞서 각자 앨범을 보며 한 해를 정리했다.
다음에는 이 시간을 더 넉넉히 잡아도 좋겠다.

“나는 이랬어요”를 쓰는 시간만큼, “너는 어땠어?”를 묻고 듣는 시간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.

이 모임을 계기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조금씩 연결되고 있다.
나는 지금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. 그 과정에서 서로를 돌봐주는 사람들이 생겼다.

혼자였다면 미뤄졌을 시간이다.
함께였기에 가능했다.